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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한지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의 번역판 제목은 "앵무새 죽이기"가 아닌 "아이들이 심판한 나라" 이다.
저자는 같지만, 옮긴이는 정병조, 출판사는 청담문학사. 초판발행은 1989년 7월 15일이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5판발행본으로 1990년 1월 4일에 나온 책이다.
이 시점에 와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이유는 뭔가? 제목도 다르고 옮긴이도 다른. 그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나의 아이에게 아빠가 이런 책을 읽었으며,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로 보는 방법, 인종에 대한 편견, 선입관에 따른 편견 등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단지 아빠의 말이나 설명이 아닌 한권의 책으로 전달해 주는 것도 좋겠다는 마음이기 때문이리라.
앵무새 죽이기(아이들이 심판한 나라)에 나오는 하퍼 리(아이들이 심판한 나라에서는 하아퍼 리 이다)가 창조한 개성 강한 인물들 - 개구쟁이 스카우트(이 책의 화자이다), 네 살 위인 오빠 잼, 친구 딜, 남매의 아버지이며 변호사인 애티커스, 그리고 부우 래들리 등- 은 따뜻하고 아름다우며 정의롭다.
작자는 이 책(앵무새 죽이기)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인 남부의 어느 조용한 시골 동네에 만연된 불평등과 편견을 아이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각으로 그건 잘못 되었음을 아이들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말도 되지 않음을 때로는 아이들(스카우트, 잼, 딜)의 입으로, 때로는 어른(애티커스)의 입으로 때로는 우회적으로, 때로는 직절적으로 풀어나간다.
많은 편견과 오해, 그리고 불평등이 만연한 이 사회 - 미국이 아닌 바로 우리가 밝고 부대끼고 살아가는 - 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아직도 작품 속에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조그마한 외침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새겨들어야 한다.
잼과 스카우트의 아버지 애티커스의 말을 빌려 작자인 하퍼 리가 하고 싶었던, 아니 나에게 많은 생각과 삶의 지침을 세워주게 만들었던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그 표현은
"... 진정한 용기란 총을 손에 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야. 그것은 시작하기전에 진것을 알면서도 하여간 시작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장을 볼 때를 말하는 거야. 이기는 일은 별로 없지만, 이길 적도 있는 거야...
우리가 시작하기 백년 전에 졌다는 사실은, 시작해서 이기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이유는 안되니까."
그리고 이러한 어려운 표현이 아닌 어린아이의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는 또 한가지 표현들...
"내가 못 견딘 건 바로 그 사람이야."
하고 딜이 말했다.
"누구, 톰?"
"그 늙은 미스터 길머어가 그를 그런 식으로 다루고, 그렇게 증오심을 품고 말을 하고..."
"딜, 그건 그 사람 직업이야. 아니, 만약 원고측이 없다면 피고측 변호인도 있을 수 없을 거야."
딜은 가만히 숨을 토해냈다.
"나도 그건 다 알아, 스카우트. 그가 말하는 태도가 구역질이 난다는 거야"
"그는 그렇게 행동하기로 되어 있는 거야, 딜. 그는 반대 심문을..."
"그래도 미스터 핀치는 메이엘라나 늙은 이웰을 반대 심문할때도 그러지는 않았어. 그가 깔보고 하는 말이랑 비웃는 거랑 대답할 때마다 배심원들을 돌아보는 게..."
"글쎄, 딜, 뭐니뭐니해도 그 사람은 흑인이니까."
"그게 어쨌다는 거야. 옳지 않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다루는건 어딘지 옳지 않아. 누구를 막론하고 그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가 없는 거야 - 난 그저 욕지기가 나서"
위 내용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우리라.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요량이라면 이 부분에 대한 나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이 책의 제목은 어찌보면 앵무새 죽이기 보다는 옛날 번역본의 제목인 "아이들이 심판한 나라"가 더 적절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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