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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예비군 4년차, 훈련가는 길: 남편님! 자립하세요!!

by 돌이아빠 2009.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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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511-0004 by kiyong2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부제: 아내의 글을 통해 본 돌이아빠의 실체

    1시부터 있을 예비군 훈련을 가기 위해 하루 휴가를 받은 남편,
    모처럼 둘이서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그사이 난 군복을 준비해주려고 이리 저리 ^^; 찾고 있는데
    분명히 정리를 해서 어딘가에 두었는데 어딘지가 생각나질 않았다

    이때가 20분쯤 남은 시점이였다. (훈련이 있는 모 초등학교는 우리집에서 뛰어서 5분거리이다)
    남편은 설거지를 마치고 내가 뭘 하는지 알아채었는지 묻는다.

    남편: 내 군복 어딨어?
    나: 응, 지금 찾고 있어. 다른거 하고 있음 찾아놓을게
    남편: 군복만 입으면 된다고. 어딨어?

    오전 내내 여유롭게 보내더니만 완전 재촉 그 자체다! --;

    나: 응. 조금만 기다려봐. 분명히 여기에 둔거 같은데
    이때부터 한 5분간 나는 장롱이며 옷걸이를 뒤졌고
    남편은 나를 쫓아다니며 "거기 없어, 거기 없어"를 연발한다.
    난 다만 확인을 하고 마지막으로.. 옷정리함을 열어볼 생각이였다.

    나: 여기 옷 정리함 열어봐야 할거 같아
    남편: 빨리 찾아내!

    쌓여있는 함을 자기가 열어봐도 될 것을 꼭 나보고 하란다
    암튼 다 열어보고 제일 밑에 박스에서 찾았다
    어느새 옷 정리함의 반 이상이 똘이의 옷들 (사촌형에게서 물려받은)로 채워져있다.

    지금 생각이 났는데
    원래 서랍안에 넣어두었던것을
    일전에 옷 정리하면서 서랍이 부족해서 남편 군복을 정리함에 넣어두었던거 같다.

    이때가 10분쯤 남은 시점이였다.
    군복을 찾기까지 10분 걸렸는데 완전 죄인취급 당했다
    곧이어.

    남편: 여보, 내 모자! 하고 허리띠!
    어딨을까? 하고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소리친다!
    남편: 내 모자! 장롱에 있을거야!

    나도 안다고요!
    사실 내 입장에선 좀 억울한게..
    남편은 뭐가 끝나면 뒷처리를 깨끗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컴퓨터에 관한 것이거나 몇몇가지 내가 부탁한 것에 관해선 정말 완벽 그 자체로 처리하긴 하지만 일상에선 절대 안그렇다. 이를테면, 빵을 먹고 봉지는 그 자리에 두고. 물을 마시면 컵은 그대로 두고. 남편은 내가 책상위에 커피잔을 놔둔다고 잔소리 하지만. 커피잔은 내가 주기적으로 스스로 치운다.
    군복도. 남편은 훈련을 마치고 나면 벗어서 세탁기에 던질 뿐이다.
    그러면 나는 그걸 빨아서 말려서 접어서 보관해서 내어주곤 했다.
    그넘의 모자와 허리띠와 발목에 묶는 끈까지.. 이런것은 대략 아무데나 두는데 내가 챙겨서 비닐에 함께 담아서 보관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소리를 치다니....

    난 사실 뭘 잘 잃어버리지 않는 편이다.
    물론 이따끔 정신없는 행동을 할때가 있긴 하지만 이건 소소한 실수들일 뿐
    중요한 것들은 일정한 자리에 정리해두곤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갑이나 우산을 놓고 오거나, 딴생각하다가 지하철을 반대쪽으로 타거나 혹은 더 가거나, 혹은 유에스비를 몇깨째 잃어버리거나. 유에스비 안잃어버리려고 핸드폰에 붙여 놓았다가 핸드폰까지 두고 오는 사례로 있긴했지만 이건 그야말로 어쩔수 없는 성향인것 같고
    절대로 남편의 군복을 아무데나 두거나 정리해놓지 않고 방치하진 않는다.

    예비군이 몇년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론 세탁하여 보관위치를 적어서 공지한 후 난 잊어버려야 겠다.

    그리고 남편! 정말 이런 소소한 일은 자립하세요!!
    못 박아달라고 하면, 못이랑 망치 가져오라고 시키고
    테이프 붙여 달라고 주면, 가위 달라고 하고
    지금 생각이 나진 않지만....

    하지만 가끔씩은 고도의 전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긴하다...

    집을 출발한 후 30초!
    다다다다...뛰어오는 소리!
    문이 열리더니, 현관에 걸쳐둔 모자를 냉큼 챙겨가신다. 언제 또 잊어버리고 갔누.
    당신도 늙었구려! 키키키..

    생각해보면,
    내가 자발적으로 챙겨주진 않는 편이니
    아마도 그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군.

    예비군 이제 4년차다. 나이에 비해서 참 많이 늦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별종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직도 예비군 훈련을 받느냐며 전쟁나면 끌려가겠다고 흰소리도 듣곤 한다.

    음. 그나저나. 내가 이랬나? 이게 나의 실체라니 >.< 반성좀 해야겠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다. 그럴때마다 아내는 짜증이 좀 났겠다. 정말 반성해야지 흐...

    덧) 나중에 기회가 되면 늦은 나이에 받는 예비군 훈련에 대해서 한번 기록해 봐야겠다. 나중에 보면서 웃을 수 있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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