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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37개월 아이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by 돌이아빠 2009.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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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 이 나라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를 온몸으로 알려주었던 큰 사람이 생을 마감했다.
    그것도 이 시대의 기성권력들에 의해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선택하지 말아야 하는 그 방법으로 말이다.

    이 사실을 나의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아니 꼭 기억하게 해 주고 싶다. 그런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
    그 사람이 위대하다거나 그 사람이 훌륭하다거나 그 사람을 본받아야 한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이 보여줬던 정말 지극히 상식적이며 지극히 인간적인 그 모습들을 기억하게 해 주고 싶다.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다.

    먼 훗날 아이가 자라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분과 함께 숨쉬고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그리고 함께 살아갔던 동시대인으로서 그 분의 죽음에 대해서 그 시대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이렇게 이날 하루를 보낸 37개월 아이에게

    똘이가 좋아하는 주말을 맞이하였다
    변함없이 제일 일찍 일어나 엄마아빠를 깨웠다
    엄마는 몸살이 난 관계로 계속 주무시고
    아빠가 일어나서 선식으로 아침을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셨다
    9시가 넘어서 똘이 음악 씨디 틀어주려다가 라디오로 비보를 접한후
    똘이 아빠가 TV와 컴퓨터를 켜고 사실을 확인하였다
    엄마는 한참을 더 자고 11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는데
    똘이 아빠가 엄마를 급하게 부른다
    무슨 큰일이 난 줄 알았다
    정말로 큰일이 났다...
    아빠는 여전히 TV와 컴퓨터를 끼고 앉아계시고
    똘이는 그 앞에서 조이픽스 블럭을 가지고 멋진 자동차를 만들고있다
    간간히 TV에 나오는 투신, 서거, 노무현, 봉하마을... 을 들었는지
    "아저씨가 뛰어내렸대요?" 라고 묻는다
    똘이네는 한참을 그렇게 뉴스를 보다가
    하나로 마트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장을 보고 집에 왔다
    똘이는 지금 득템한 아이클레이 찰흙놀이 삼매경에 빠져있다

    먼 훗날, 똘이가 이 날을 기억해보려고 애쓸지도 몰라 몇자 적어둔다.
    내일이면 똘이는 만 38개월이 된다.

    단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큰짐 이제 내려 놓으시고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짐을 작은 등이지만 조금이라나 나눠 지고 가겠다는 다짐뿐이다. 그리고 그 분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노 무 현

    좋은 곳으로 가시길...진심으로 기원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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