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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양식

아서왕 , 여기 잠들다 (Here Lies Arthur) - 아서왕 신화의 베일을 벗기다.

by 돌이아빠 2010. 9. 3.

Contents

    아서왕, 여기 잠들다 - 8점
    필립 리브 지음, 오정아 옮김/부키

    아서왕 혹은 아더왕.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아서왕은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멀린. 그리고 영국의 전설적인 왕이라는 정도이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는 신화속의 인물이고, 나 또한 신화 속에 있는 전설의 기사 정도로 알고 있다.

    또한 어렸을 적에 봤던 아서왕 관련 만화영화인(제목이 정확히 생각나질 않는다. 다만 그 주제가만 생각날뿐)
    <희망이여~ 비~~잋이여 아득한 하늘이여, 나의 백마가 울부짖는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바람을 가르는 칼빛 ..... 라는 가사를 가진>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아서왕은 신화 속의 인물이다. 그 신화라는 것 또한 전승되어 구전되어온 이야기로부터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필립 리브의 아서왕, 여기 잠들다 에서 필립 리브는 아서왕을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신화속의 멋진 기사, 멋진 왕, 전설의 왕, 신검을 가진 자 라는 생각을 깨뜨리고 있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 에서의 아서는 더이상 전설 속에 혹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왕이 아니다.
    그저 그 당시 대부분의 기사(?)들이 그랬듯이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난 후 여러 개의 작은 왕국으로 분열됐던 브리튼(과거의 영국) 내에서 서로 치고 박으며 소위 땅따먹기와 약탈로 삶을 살아가는 한명의 기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다른 뭇 기사들에 비하면 추종하는 세력도 있고, 나름 전투력이 높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분영된 브리틴을 통일하고 당시 계속적으로 브리튼 왕국들을 침략하고 있던 야만인 색슨족을 몰아낼만한 그런 구국의 영웅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는 아서왕의 신화나 전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서왕이 주인공이 아니다.
    이 책의 화자이자 주요 등장인물은 필립 리브에 의해 창조된 여자이면서 남자이기도 하고, 남자이면서 여자이기도 한 그리고 때로는 호수의 여신이 되기도 하는 그윈-그위나와 그 혹은 그녀를 구출해 낸 소위 마법사라 불리는 마르딘이다.

    즉, 아서왕, 여기 잠들다는 그윈 혹은 그위나 라는 화자의 입을 빌어 아서왕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시선과 느낌, 그리고 생각을 통해서 바라본 아서왕에 대한 그리고 그 당시 브리튼의 시대적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 에서 필립 리브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싶었던, 소설 속에서 풀어내고 싶었던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는 책 말미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그윈 혹은 그위나가 죽어가는 마르딘에게 격정적으로 내뱉는 다음과 같은 대사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희망이라고요! 아서가? 주인님이 평생을 바쳐 아서를 추켜세우고 이야기로 감쌌는데도, 아서는 아직까지 색슨족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은 지금도 훔친 땅을 차고앉아서 힘을 기르고 있다고요. 자기들끼리 싸우는 우릴 비웃으면서요. 아서는 제 몸 살 찌우고 부자가 되는 것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는 자예요. 그런데 그것조차 제대로 못하잖아요. 주인님은 오로지 이야기를 만들고 거짓말을 지어내서 아서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밖에는 하지 못하죠. 하지만 주인님의 이야기는 아서보다 오래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아서가 죽으면 이야기들도 그와 함께 사라질 테니까. 그리고 아서도 잊힐 거예요. 주인님도 마찬가지고. 전부 다 깨끗이 잊힐 거라고요."

    [출처: 필립 리브의 아서왕, 여기 잠들다에서 본문 349 page]

    우리는 종종 구전되어 오는 신화속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나오는 인물을 영웅시하고 동경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인 경우 역사관이나 국가관 등의 확립을 위해 그릴 신격화 하거나 우상화 하는 경향까지도 보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많은 전설들이 있고, 또한 역사에 등장하는 장군 등이 신격화되어버린 예가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 물론 이순신 장군이 아서왕처럼 자신 밖에 몰랐던 인물은 아니고 역사적으로도 많은 공을 세운 인물임에는 틀림 없지만 박정희 정권 시절 이순신 장군은 성웅 나아가 거의 신격화된 우상이 되어버린다.

    영국도 어찌보면 로마의 지배에서 벗어나 분열되어버린 왕국들이 하나로 통합이 되면서 민중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그런 신화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원탁의 기사요 기사도의 표본이 되어버린 지금의 아서왕 신화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의 저자 필립 리브는 역시 그윈 혹은 그위나가 죽음이 데려가 버린 마르딘의 손을 꼭 잡고 마르딘의 영혼의 기분이나마 풀어주기 위한 다음과 같은 대사를 통해 아서왕의 신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니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영국 즉 브리튼의 후예들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 한다.

    "진심이 아니었어요. 그 이야기에 대한 말들이요. 다른 건 몰라도 이야기만은 영원히 남을 거예요. 어둠 속의 빛처럼 어둠이 있는 한 영원히 빛날 거예요. 아침이 될 때까지 멀미멀리 퍼져나갈 거예요."

    [출처: 필립 리브의 아서왕, 여기 잠들다에서 본문 360page]

    아서왕은 잠들었다. 아서왕은 죽은 것이 아니고 브리튼 즉 영국의 민중들이 진심으로 원할때면 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 나타나리라.

    또 다른 시각에서 아서왕에 대한 신화 혹은 전설을 풀어낸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필립 립의 아서왕, 여기 잠들다. 오랫만에 재밌게 읽어본 역사 소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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